[뉴스][스토리 발리볼] 지원자 14명 채우기도 버거운 V-리그 여자부 아시아 쿼터

[뉴스][스토리 발리볼] 지원자 14명 채우기도 버거운 V-리그 여자부 아시아 쿼터

G 분석맨 0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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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시행할 아시아 쿼터가 표류하고 있다.

V-리그 남녀 14개 구단은 토종 선수들의 몸값이 부담스러워지자 아시아 쿼터 도입을 결정했다. 사실 전력을 평준화하고 현재에 안주하려는 국내 선수들에게 자극을 줘서 자연스럽게 몸값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은 외국인 선수 출전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스럽다. 자국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팬들의 생각을 거스를 용기가 V리그에는 없다.

 

현실과 팬들의 요구 사이에서 고심하던 구단들은 대안으로 아시아 쿼터를 선택했다. 지난해 9월 30일 한국배구연맹(KOVO)의 제19기 1차 이사회에서 2023년부터 남녀부 모두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아시아 쿼터 참가대상 국가는 동아시아 4개국(일본, 몽골, 대만, 홍콩)과 동남아시아 6개국(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10개국이다.

각 구단이 각각 10개의 구슬을 가지는 동일 확률추첨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대면 선발을 원칙으로 하고 4월 말에 제주도에서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기로 했다.

 

 


제주도가 선정된 이유는 비자 때문이다. 외국인이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지역은 제주도 뿐이다. 최장 30일간 입국할 수 있다. 구단의 선택을 받은 아시아 쿼터 선수들의 연봉은 10만 달러다. 세금은 선수가 부담한다. 세금을 뺀 선수들의 실수령액은 7만8000달러(약 9800만 원) 정도다. 국내 선수들의 보수 총액에서 이 액수는 제외된다. 현재 각 팀 주전 선수들의 몸값과 비교하면 가성비는 높다. 팀들이 원하는 수준의 기량만 보장된다면 아시아 쿼터는 지금 V-리그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은 확실하다.

 

KOVO는 아시아 쿼터의 성공을 위해 많은 선수를 참가시키려고 한다. 그럴 필요성도 생겼다. 만일 한두 팀에서만 필요한 선수를 데려갈 정도로 전체 인원과 기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형평성에서 문제가 된다. V-리그 구단들은 형평성에 목을 맨다. 모두가 다 잘못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우리 구단을 빼고 다른 구단이 잘되는 꼴은 절대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소수의 구단만이 혜택을 본다면 아시아 쿼터 도입을 미루자고 할 것이다.

 

 

 

현재 아시아 쿼터를 앞두고 각 구단 사무국장들이 자주 모여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여기서도 구단들은 최소 한 팀당 2명의 선수를 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참가 인원을 맞춰달라고 KOVO에 요구했다. 만일 최소 14명이 참가하지 못하면 아시아 쿼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구단도 있다. 그동안 에이전트를 통해 참가 의사를 밝힌 선수를 확인한 결과 남자부는 14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마추어 배구에서 활약 중인 많은 몽골 출신 선수들이 있어서 트라이아웃 성사는 문제없다. 문제는 여자부다. 인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도 생겼다. 첫 번째 변수는 동남아시안(South East Asian)게임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격년제로 벌어지는 종합대회다. 2023년 SEA게임은 5월 5일부터 17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중요한 종합스포츠대회다. 많은 종목 가운데 여자배구는 태국이, 남자배구는 인도네시아의 전력이 최강이다. 이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고픈 태국은 자국의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표 선수들을 소집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예외는 없다.

 

 


태국 뿐만이 아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도 사정은 비슷하다. 통상적으로 대회를 2주 앞두고 대표팀이 소집돼 훈련에 들어간다. 이 경우 동남아시아 6개 국가의 대표 선수들은 아시아 쿼터에 도전하고 싶어도 참가할 방법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클럽선수권 대회도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여자부 아시아 각국 리그의 우승팀이 참가하는 클럽선수권 대회는 4월 25일~5월 2일까지 베트남 빈푹에서 열린다. KOVO도 이 대회에 V리그 팀을 참가시키려고 했다. 국제무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몇몇 팀에게 출전 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남자부 대한항공만 5월 14~21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려고 한다. 베트남의 여자 대회에는 대만의 팀이 참가한다. 하필 그 팀의 주전 세터 일레인 라오가 태국 대표팀의 폰푼과 함께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다.

 

공격수와 달리 특수 포지션인 세터가 트라이아웃 현장에 오지 않으면 정확한 기량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예전처럼 비대면 동영상으로 기량을 가늠해볼 수는 있지만, V-리그 감독들은 이 방안을 좋아하지 않는다. 1억 원 미만의 연봉도 선수들의 참가를 미루게 만든다. 현재 아시아 쿼티를 실시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V-리그는 싫건 좋건 일본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아시아 쿼터를 정착시킨 일본은 선발주자로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필리핀, 베트남의 몇몇 장신 선수들은 V-리그보다 많은 돈을 주는 일본 팀을 더 원한다. 게다가 일본은 자유계약 방식이다. 돈도 적게 주면서 떨어질지도 모르는 시험을 치러야 하는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에 지원할 선수들은 기대만큼 많지 않다.

 

 

신장의 열세로 고민하는 어느 구단이 원하는 베트남 국적의 장신 공격수는 이미 일본 팀과 12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필리핀 국적으로 일본 귀화 시험을 치른 야야 산티아고도 사이타마 아게오에서 일본 V리그의 다른 팀으로 이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금 일본 V리그 팀들은 10~18만 달러 사이에서 아시아 쿼터 선수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이 먼저 영입을 마치고 나면 V-리그 팀들이 원하는 키 크고 리시브 가능한 아웃사이드 히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14명의 최소 인원을 채우기조차 버겁다. 올해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문제다. 아시아 쿼터가 성공하려면 선수들의 몸값은 일본과 경쟁할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제주도에서 실시하는 트라이아웃이다. 만일 여자부가 14명을 채우지 못하고 각 구단이 직접 보고자 하는 선수들이 올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정을 변경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하거나, 여자부만 따로 트라이아웃을 포기하고 구단들이 각자 알아서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한 뒤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감독들이 날아가서 선수를 직접 보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다.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차라리 자유계약으로 전환하는 편이 낫다. 이렇게 하면 구단의 능력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원하는 선수를 찾아낼 수 있다. 이 방안은 내심 KOVO의 실무진들도 원하는 눈치다.

 

 

 

KOVO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할 일이 산더미다. 4~5월에 FA(자유계약)선수 공시와 영입,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KOVO가 해마다 실시해온 워크샵 등 할 일이 이어진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5월에 이스탄불에서 실시할 예정이던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도 변수가 생겼다. 다른 후보지로 옮겨가야 할지도 모른다. 말은 쉽지만, 경기장과 숙소, 항공권 확보 등 처리해야 할 일은 잡다하게 많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이라는 새로운 일도 해야 한다. 실무진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구단들은 자유계약을 원하는데, 굳이 KOVO가 트라이아웃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구단에 자율권을 주지 않고 모든 일을 KOVO가 통제하려고 든다고 반발하는 쪽의 얘기다. 선발을 위해 다양한 선수의 정보를 얻는 것도 구단의 능력인데 이를 외면하고 모든 구단의 합의만 내세우면서 구단이 경쟁할 기회조차 빼앗는다고 주장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어느 쪽이 말이 맞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아시아 쿼터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파열음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아시아 쿼터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내용이 이사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진행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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